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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스드메'·화환 없애니 "풍요롭고 따스한 축제"2021-01-18 11:06
작성자 Level 10

한겨레 신문에 실린 "에코웨딩" 특집기사입니다~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767545.html


심재관·임혜민씨 부부의 ‘친환경 결혼식’ 도전기
지난 22일 결혼식을 올린 심재관·임혜민씨 부부. 결혼의 의미를 살리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담고 싶어 ‘친환경 결혼식’을 선택했다. 임혜민씨 제공.
지난 22일 결혼식을 올린 심재관·임혜민씨 부부. 결혼의 의미를 살리면서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까지 담고 싶어 ‘친환경 결혼식’을 선택했다. 임혜민씨 제공.
예식 때 생기는 엄청난 쓰레기
최대한 줄이려 선택한 길
상업화된 ‘스몰 웨딩’에 뒤통수도
“환경 중요성 깨닫는 계기 됐으면”
두 사람은 종이를 만들려고 베어 내는 나무를 줄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손도장 방명록’을 식장 앞에 비치했다. 김미영 기자.
두 사람은 종이를 만들려고 베어 내는 나무를 줄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손도장 방명록’을 식장 앞에 비치했다. 김미영 기자.
심재관(38·프리랜서 강사)씨와 임혜민(31·음악치료사)씨는 지난 22일 결혼한 신혼부부다. 장소는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국제회의장으로 평범했지만, 그 안에서 치른 예식은 남달랐다. 스드메(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패키지도 없고, 주례도 없었다. 화환과 케이크도 생략했다. ‘핫하고 착하고 의미있는’ 예식을 고민해온 두 사람은 대신 친환경 결혼식을 선택했다. 화분으로 꽃길을 만들고, 직접 악기를 연주하고, 식장에서 하객들과 기차놀이를 즐겼다.
아내 임씨는 “요즘 인기라는 ‘스몰 웨딩’을 뛰어넘는 게 무엇일까 고민했다. 공장에서 찍어대듯 ‘신랑·신부 입장, 성혼선언문 낭독, 주례사, 행진’으로 이어지는, 판에 박힌 결혼식은 하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남편 심씨도 “단순히 돈을 덜 들이는 스몰 웨딩에서 한발 더 나아가, 환경까지 생각하는 예식으로 인생의 또다른 출발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자원봉사단원인 ‘자라지기’로 8년 동안 활동했던 임씨는 매해 축제가 끝난 뒤 나뒹구는 쓰레기를 볼 때마다 ‘이러지 말자’ 다짐했다. 캠핑 마니아인 심씨 역시 캠핑 뒤에 남은 일회용품과 음식 때문에 파괴되는 생태계를 보면서 ‘환경파괴자는 되지 말자’고 되뇌었다. “잠깐 지구를 빌려 쓰는 우리가 이렇게 함부로 환경과 자연을 파괴해도 되나 싶더라고요.” 많은 사람이 모여 먹고 즐기는 결혼식엔 많은 쓰레기와 지구온난화 등 기상 이변을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반드시 뒤따른다. 남는 음식과 일회용품 등 버려지는 쓰레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에서 결혼식장을 꾸미는 장식에 쓰인 뒤 폐기되는 꽃만 1년 동안 4억 송이가 넘는다고 한다. 식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결혼식 한 건당 4.4t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30만건의 결혼식이 치러진 점을 고려하면 1년 동안 결혼식 때문에 무려 132만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된 셈이다.
2년여 연애 기간 동안 음악·자연·축제·캠핑이라는 관심사를 공유하며 “환경친화적으로 살자”고 다짐해온 심씨와 이씨가 친환경 결혼식을 치른 것은 너무 자연스런 선택이다.
화려한 조명이나 장식, 단상과 촛대도 없는 식장을 우아한 분위기로 만들어 준 건 재활용이 가능한 조화와 화분이었다. 임혜민씨 제공.
화려한 조명이나 장식, 단상과 촛대도 없는 식장을 우아한 분위기로 만들어 준 건 재활용이 가능한 조화와 화분이었다. 임혜민씨 제공.
두 사람은 환경을 살리면서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예식을 기획했다. 하지만 난관에 부딪쳤다. 직장인 밴드에서 베이스를 연주해온 심씨와 피아노 연주에 능한 이씨는 음악회처럼 결혼식을 진행하고 싶었지만, 장소 섭외조차 어려웠다.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수많은 스몰 웨딩, 셀프 웨딩 업체에서 견적을 받아봤지만, 일반 예식업체 못지않게 상업적이라는 느낌만 받았다. “대부분 ‘보증인원’이나 ‘스드메 패키지’를 요구했어요. 저렴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일반 업체보다 더 비싼 곳도 있었어요.”(임씨)
신랑이 신부에게 커플링처럼 소박한 디자인의 예물반지를 끼워주는 모습. 임혜민씨 제공.
신랑이 신부에게 커플링처럼 소박한 디자인의 예물반지를 끼워주는 모습. 임혜민씨 제공.
난감했다. 애초부터 스튜디오 촬영은 생략하고, 드레스는 평소 입을 만한 디자인으로 구입할 생각이었다. 메이크업도 오래전에 지인에게 부탁을 해둔 상태였다. 하지만 업체들은 대관료와 장식요금, 인건비 등이 들어가기 때문에 패키지를 안 하면 안 된다고 버텼다. “작은 결혼식이 인기를 끌면서 이쪽 시장도 상업적으로 변질됐더라고요. 에코 웨딩에 뜻이 있어도 정작 필요한 정보나 도움을 얻지 못해 포기하는 이들이 많겠구나 생각하니 안타까웠어요.”
오랜 노력 끝에 친환경 결혼식 컨설팅을 해주는 비영리단체 ‘그린웨딩포럼’을 알게 됐다. 견적을 받아보니 음식비를 빼고 100만원 안팎에서 예식이 가능했다. 보증인원, ‘스드메’ 얘기는 아예 나오지 않았다. 장소도, 결혼식 형식과 내용도 전적으로 신랑과 신부의 결정에 따라주었다. 오히려 신랑과 신부가 만들어가는 예식임을 강조하며 예식 순서나 프로그램, 하객 수와 음식까지 혼주와 충분히 상의해 결정하라고 조언해줬다. 신뢰감이 생겼다.
임씨는 “대관료와 식장 장식에 100만원, 꽃길 장식에 쓰이는 화분 80개 40만원, 뿌리가 있는 부토니에르와 부케 15만원이 예식비의 전부였다”며 “그나마 화분도 우리가 추가로 40개를 주문해서 20만원이 더 지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생화 장식과 조명, 화환, 케이크 등은 생략했다. 음식은 양가 부모님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 웨딩드레스는 평소에도 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39만원에, 티아라는 3만원에 인터넷에서 구입했다. 임씨는 “결혼식날 아침까지도 혹시나 예식이 초라할까 걱정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식장이 예쁘고 멋지게 꾸며져서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재즈를 사랑하는 심재관-임혜민씨 부부는 결혼식을 작은 음악회처럼 연출했다. 지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흥겨워 보인다. 임혜민씨 제공.
재즈를 사랑하는 심재관-임혜민씨 부부는 결혼식을 작은 음악회처럼 연출했다. 지인들과 함께 어울리는 모습이 흥겨워 보인다. 임혜민씨 제공.
결혼식은 주례 없이 친구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한 편의 작은 축제였다. 신랑과 신부는 직접 베이스와 피아노 협연으로 비틀스의 ‘아이 윌’을 연주했다. 임씨의 자라지기 동료들은 젝스키스의 ‘커플’ 등에 맞춰 열정적인 춤 공연을 펼쳤다. 임씨의 10년 지기는 멀리 아르헨티나에서 날아와 축사를 했다. 가장 색달랐던 건 마지막 행진 대신 선택한 기차놀이였다. 신랑과 신부, 하객 모두가 어울려 식장을 돌며 기차놀이를 하면서 두 사람의 새 출발을 응원하고 격려했다. 그 어느 축가나 축사보다 흥겹고 감동적이었다.
뿌리가 살아 있는 부케. 김미영 기자
뿌리가 살아 있는 부케. 김미영 기자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제가 원하던 형식과 콘셉트대로 치러서 후회 없어요. 친구들도 ‘참신하고 독특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감동적이었다’고 부러워했어요. 우리의 결혼식으로 단 한 명이라도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는 분이 있다면 그게 의미있는 거죠.”
친환경 결혼식 예찬론자가 된 임씨는 “그 어느 결혼식보다 풍요롭고 따스했고, 특별했다”며 “언젠가 태어날 우리의 2세한테도 좋은 귀감이 되고, 자랑스러운 아빠·엄마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데도 자극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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